의(醫)_아(我)_기타/스터디_세보

214. [연진_02] 26.01.02_32

한의사 강세황 2026. 1. 2. 01:41
조종혁 경희 19
2026년 1월 29일 오후 8:30 41 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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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1월 2일 금요일
○ 참여인원
16학번: 김지훈
17학번: 강세황, 박종현
18학번: 김재준, 손지훈
19학번: 조종혁
20학번: 박창현, 송치영
21학번: 황지원

안녕하세요. 오랜만에 글을 씁니다. 지난 1월 2일은 다같이 길우 선생님을 뵙고 뜻깊은 이야기를 들을 수 있던 날이었습니다. 열심히 일을 하고 있던 지훈이형, 공보의 형들, 당시로는 바쁘게 국시 준비를 하고 있던 치영, 창현과 100일 공부를 막 마친 지원이까지 한 자리에 모일 수 있어 기쁜 날이었는데요.

길우 선생님께서는 크게 세 가지 말씀을 전해주셨습니다.


1. 둘은 하나보다 강하다.

인간이 생태계 최상위 포식자가 된 것은 "원래 강해서"가 아니라, "사회생활을 했기 때문"입니다. 혼자라면 오늘은 배부를지더라도 내일은 굶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모이면 조금씩 손해를 보더라도 내일도 굶지 않을 수 있는 것이죠.

공동체의 첫 번째 규칙은 의외로 '친절, 희생, 배려' 따위의 것으로 시작됩니다. 예컨대 함무라비 법전의 유명한 문구, "눈에는 눈, 이에는 이"는 과잉 보복을 막는 장치입니다. 강자가 자신을 해했다 하여 상대를 죽여버린다면, 공동체는 유지될 수가 없겠죠. 공동체가 유지되려면 '서로가 서로를 해치지 않으리라는 최소한의 믿음'이 있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공동체의 본질은 '선의의 존재를 확인하고, 선의를 배반하는 행동을 걸러내는 구조'인 것이죠.

그래서 공동체는 묘한 수준의 공정함과 기여의 인정, 기저의 선의가 필요합니다. 공적을 가로채거나, 거짓을 주장해서 분배를 더 받는다면 공동체는 내부로부터 무너지겠죠. 공동체는 그런 자를 추방합니다. 죽이는 것만큼이나 무서운 일입니다.

이 시점에서 100일 공부의 의미는 연대감, 신뢰와 역사를 탄생시키는 것이라 말할 수 있겠습니다. 공동체는 그 속에서 더욱이 단단해지는 것이지요.


2. 지도를 그려라.

그렇다면 그 공동체가 실제로 강해지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기술은 무엇일까요. 바로 지도를 그리는 것입니다. 지도를 그린다는 것에는 점, 선, 면에 대한 정보부터, 높낮이, 심지어는 시간축의 정보도 필요합니다. 어떻게 배치되고 연결되어있는지 알아야 하죠. 이렇게 지도를 그리고 나면, 같은 이야기라 하더라도 매번 다른 설명이 가능합니다. 그 까닭은, 말하는 사람의 위치가 매번 다르고, 청자의 질문이 던져지는 지점이 다르기 때문이죠.

또 각자가 그릴 수 있는 지도는 저마다 다를 겁니다. 잘 만든 지도도 있겠지만, 어쩌면 허접한 지도도 있겠지요. 때로 내가 살고 있는 동네라 한들 매번 오가는 길만 알 뿐, 나머지 부분에 대해서는 모를 수도 있을 겁니다. 결국 존재는 하지만, 존재하지 않는 곳이 되죠. 하지만 완벽한 정답만 공유하는 것이 아니라, 전체 지형을 채우기 위해 각자 아는 것을 내놓으며, 불완전한 조각들도 모으는 것이 핵심입니다. 그리하면 공동체의 연결되고 확장되는, 그리고 공동체가 신뢰할 수 있는 집단의 지도가 탄생하게 됩니다.

어디까지 가봤고, 어떻게 가는지는 자산이고 곧 권력입니다. 우리가 가보지 않은 길을 각자 조금씩 탐사해서 하나의 큰 지도로 합치면, 개인으로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규모의 일이 벌어질 겁니다.


3. 정보를 집어넣어라.

마지막으로, 우리가 모은 '정보'에 '경험과 높낮이'를 붙이면, 자산을 만들 수 있습니다. 자료를 잔뜩 모은다 한들, 경험, 가치 따위가 더해지지 않는다면 그것은 정보라고 말을 할 수는 없습니다. 요컨대 경험과 맥락, 중요도가 필요한 것이지요. 다국적 제약 회사들이 원하는 것 역시 그런 것입니다. 지도와 경험으로 만들어진 정보죠.

그러나 이렇게 정보를 만들고 자산을 만드는 일들은 사람 사이에서 일어납니다. 결국 그 사이에 신뢰가 없다면, 선의에 대한 유지가 없다면, 지식의 공유가 시작되기도 전에 의심으로 끝을 맺게 되지요. 그리하여 다시 선의의 존재 확인이 중요해 집니다.

모리향에서의 즐거운 식사와 함께 길우 선생님께서 전해주신 말씀을 듣고 있자니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있었습니다. 새로운 곳에서 적응하고 공부하고 또 고민하던 중에, 이렇게 함께할 수 있어 참 다행이다 싶었달까요.

세황, 종현, 재준, 지훈이형이 감사하게도 블루 라벨으로 자리를 빛내 주었습니다. 저는 학회로 갔던 대만에서 사온 카발란 솔리스트를 가지고 왔습니다.

말씀해주신 것처럼 함께 모여 서로를 위한 공부를 하는 일은 한편으로는 품이 들지만서도 정말 즐거운 일이 아닐까 싶었습니다. 저로서는 모두의 '경험'을 어떻게 더 체계적으로 모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하는 중인데, 일전에 길우 선생님께서 말씀해주신 '차트에는, 어떤 의사가 되어야 하는지가 담겨야 한다'는 말씀을 항상 되새기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여전히 망설여지고, 또 수없이 많은 고민들이 있었지만, '일단 시작하라'는 선생님의 말씀이 참 큰 힘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바야흐로 설렘 가득한 연초인 것 같습니다. 우리의 힘이, 지도의 힘이, 경험의 힘이 앞으로 펼쳐나갈 세상을 기대하게 되는 날입니다.

꿈꾸는 세상을 함께해주는 세보의 여러분들과, 늘 좋은 말씀으로 저희를 북돋아 주시는 길우 선생님께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